폭우

요즘 혼자 지내게 되어서 이런지

생각할 시간이 많아 져서 그런지

그냥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명확해 져가고 있다

예전에는

‘과일중 뭐가 제일 좋아?’ ‘어떤 날씨가 좋아?’

이런 종류의 질문에 답하기 어려웠다

그냥 딱히 싫어하는 것 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했으니까

구지 싫어할 과일이 어디있으며

화창한 날은 화창한데로 좋고,

수북히 안개낀 아침은 또 그대로 멋있고

비오는 날도 운치있고

그러다가 요즘 아 ‘내가 이걸 이렇게 좋아했지! ‘

라고 깨닫고 있는 것이있다

신비한 느낌

매번 같은걸 좋아하고

비스한 감정을 가지며

그 사물을 기억해왔고

그 현상을 기억해 왔는데

어느순간 그것이 나에게 확 안겨드는 느낌

나의 감정이

나에게 한걸음 슬쩍 다가온 느낌

오늘 광주는 비가 많이 온다.

정말 많이 온다

한 일주일간 맑은 날씨를 본적없고

너무나 큰 빗소리에 지금 하던 일을 멈칫 하게 되는 정도의 비가 몇일 동안 내린다

신기하게도

최근에 그 속을 걷는 일은 없었다

오늘도 물론 없었다.

일하는 곳에 도착하고

슬슬 손님이 올 때 쯤이 돼야

빗소리는 내 귀를 간지럽힐 만큼 커진다

획 돌아 창문을 바라보면 고막을 울리는 비방울들이 거기서 그렇게 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간지럼을 넘어서 몇 번이나 내 시선을 끌만큼

굵은 빗방울들은 나를 건드린다

그러다 다시 일하고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사그라 들어버리고는

내가 퇴근할 때

조용히 흔적만 남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한참 컴퓨터를 하고 있자면

또는 자려고 누으면

다시한번

나의 주변은 울린다

잠을 괴롭히는 한마리의 모기처럼

그렇게 여기며 잠을 들어왔고

눈을 창밖으로 돌려 소리만 울리는 검은 하늘을 바라보다가

한 5초뒤에 다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곤 했다

오늘,, 문득

내가 이 소리를 두려워함을 깨달았다

두려워 하고 있었음을.

예전부터

난 폭우를 무서워한다

폭우소리도, 그 속을 걷는겄도 결코 유쾌하지 않다

비 내리는 풍경이 좋다고 누군가가 말 할 때

나는 그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분위기 있다고

그래 분위기 있다고

그들의 감성의 부러움 때문에?

그냥 어렸기 때문에?

나는 이 감정을 살짝 가려 두었던 것 같다.

내리는 폭 우 소리에

만화 주인공 처럼

세상의 요정이 말을 들어주는 특별한 소녀가 된것 같은 기분으로

두 손 모아 기도했었다

미안하다고

그만 좀 내려주면 안되겠냐고

그때도 이 느낌이었다

소리 이외에는 정체가 없다는 듯한 하늘을

그렇에 뚫어져라 바라보며

두손을 마주 잡을 때에

하느님께 빌었다

잘못했다고

인간들이 잘못했다고

내가 어떻게 든 바꾸겠다고

그러니 그만 해 달라고

빌었다

빗소리의 두들김을 이겨내지 못한

심장을 느끼고 있었다

느끼고 있다

지금은 두 손을 마주 잡지는 않는다

뱃속 명치속 심장쪽

불쾌하게 저린다

눈앞의 하늘은 겅정밖에 보이지 않는다

저 바탕에 숨어버린 비들은 소리만으로 나에게 왔다

무거운 소리가 들린다

세상 모든 것이 잠겨져 버리는 망상을 하게한다

저 무거운 소리 속에서

모든 것이

모든 것이

희미해 진다

곪아 썩어가는 것들을 두 눈에 담기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