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오전 11시 57분

머릿속에서 버클리 대학이 계속 떠오른다
만화책을 계속 사고 싶다
일을 오전 8시에 끝내고 곧 정오이니까
지금은 나에게 새벽인거다
새벽에 잠 못자고 있는거다
옆에 쓰윽 하고 기어가려던 거미를 손바닥으로 툭 쳤다
죽지 않고 기어다녔다.
다시 쳤다
분명 손가락에 살짝 닿은 느낌이었는데
계속 도망간다
한번 더 쳤다
이번엔 죽었나 보다
움직이질 않는다
아니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기어가지 못한다
다리 하나가 빠진듯 하다
다리 하나쯤은 상관없다는 듯이 일어난다
그러나 균형이 맞질 않는다
자기 몸에 세 배정도 거리를 걷더니 뒤집어졌다
다리를 계속 떨고 있다
흔들거리고 있다
저 다리는 어떤 다리인지 몰라도 저 다리만 흔들린다
까딱 까딱
멈췄다
A4용지 위에 미동이 없다
아 죽었나 보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다
꿈틀
이제껏 움직였던 다리가 아닌 그 맞은편 다리가 흔들
미동이 없다
먼지 덩어리
움직이는 생물
하나의 먼지와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
무생물
움직임이 없는 물체
다리 한가닥이
저 거미보다 훨씬 존재감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뭐일까
세마디짜리 다리
두 마디가 완전히 겹쳐지지 않았다
살짝 비스듬히
내 눈이
두 줄로 인지 할 수 있는 최소의 간격인듯 하다
아니 한가닥으로 보이기도 한다
내 뇌가 내 시각을 방해한다
한 가닥인지 두 가닥으로 보이는지 결정하는건 내 시력이 아니다
미묘한 각도
미묘한 겹침
나머지 한 마디는 얼핏 겹쳐진 두 개의 마디와 60도 쯤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의 한쪽 눈
딱 그런 모양이다
아 어디선가 들었다
그 웃는 이모티콘을 보고 외국인들은 (아마 영미권을 지칭했던 거겠지)
왜 눈썹만 그리냐고 묻는다고
이것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종이와 함께 구겨져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거나
내가 만들어 내는
자취방의 조그마한 태풍으로 바닥에 떨어지겠지
바닥으로 떨어지면
이 조그만 것
이 연약한 것
이 희미한 색을 가진 것을
나는 바닦에서 결코 식별하지 못할 거다
그럼 나는 맨발로 밟게 될까
어느 정도의 확률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먼지에게 로또 맞을 확률을 부여한 신이 있어서
다음 이 방에 주인이 올 때까지 이 바닥 어딘가에 자리 잡게 될까
로또까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방 구석구석에 자리 잡는 것이
결코 적은 확률이 아니라는 것을 대청소 할 때
그 먼지들이 증명해 주니까
아니다
나는 간과하고 있다
구석구석 자리 잡지 못하고 내 발에 붙어
내 옷에 붙어
내 물건에 붙어
공기중에 부유하며
인체를 탐험하는 먼지의 존재를
나는 결코 생각 조차 할 수 없음을

곪아 썩어가는 것들을 두 눈에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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