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나는 어린 시절 그 아이에서 얼마나 성장한 것일까.

오늘 남자친구에게 내가 초등학교시절 왕따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영어로 이야기 한 것이라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그 때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언제나 큰 도전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오래 지난일인데도 입 밖으로 내는 것이 쉬웠던 적이 없다. 그러다가도 간간히 입 밖으로 내고 싶을 때가 있다. 많은 것을 뚫고 기어이 나온다. 그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보인는 것 같은 부끄러움, 나를 모자란 인간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 시절을 상상하는 데서 나오는 긴장과 떨림을 우선 지나야 한다. 그리고 혹여나 내가 안쓰러운 사람 척을 해서 동정을 받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자기 검열도 지나야 한다. 그리고 나서 더 많이 이야기 해야 별거 아닌게 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 암시 또는 믿음 따위와 함께 한 뒤에야 어린시절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이전보다는 조금 쉽게 입밖으로 내뱉었다. 사실 그에게 두번 째로 이야기 하는 것이었지만 내가 처음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냥 놀랐기에, 그 시절을 말하는 것은 처음 말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가 내가 말하는 무게를 느끼는 것은 처음일 테니까. 내가 얼마나 무게를 가지고 이야기 하던 듣는 사람에게 항상 그 무게가 고스란이 전가 되지는 않으니까. 나도 다른사람의 중요한 이야기를 쉽게 잊곤 하니까. 그리고 그 무게를 느낄 때, 그 이야기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 갈 테니까.

나는 어린시절 친구가 없었고 얼마나 나 스스로에게 자신감 없었으며, 자존감이 낮았고 그것이 동생에게 잘못된 방법으로 분출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때는 좀 더 조심스럽게 그리고 부끄러움과 비난 받을 걱정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오늘을 괜찮았다.

그 시절 왕따였던 이유중 하나는 분명 내가 더러워서 였다. 그 시절 나는 씻는 법을 잘 몰랐던거 같다. 위생에 대한 개념도 다른 사람보다 한참 낮았다. 머리에 이가 있었지만 그게 큰 문제인지 몰랐고 머리에 기름이 져도 그러려니 하고 다녔다. 약간 모자라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은 내 생일파티가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 모든 이야기를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전히 머리에 이가 있는 사람으로 여길까봐 피해야 할 사람으로 여길 까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오늘은 그에게 했다. 그는 어린 시절 나를 옹호해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얼마나 쉽게 이런 이야기를 술술 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가슴은 이전처럼 불편하지 않은지가 나에게는 중요했다.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면서 내 이야기를 했다. 왜 이전보다 덜 불편할까?

성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이 상황을 성장이라는 단어로 설명 할 수 있나? 이것을 성장했다고 표현 할 수 있나? 나는 성장한 것인가? 알 수 없다. 다만, 글로 남기고 싶을 만큼 이전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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