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분실

 

물건을 정말 자주 잃어 버린다.

12.Nov.2017, 라이프지히에서 카셀로 기차를 타고 왔고, 카셀에서 마북으로 가려면 환승을 해야 했다. 약 한시간이 비었기 때문에 커피를 마실까 말까 고민하던 와중 핸드폰을 보니 처음 보는 전화번호로 부재중이 떠 있다. 핸드폰을 자주 수면모드로 해 놓기 때문에 전화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독일에서 나에게 전화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싶어 다시 걸진 않았다. 단 나에게 건 것이라면 다시 걸겠지 하는 생각에 수면 모드는 껐다. 그리고 잠시 커피를 마실까 다시 고민하던 와중 전화가 울렸다.

처음엔 폰도인줄 알았으나, 이름이 또 안 떴다. 받았다. 독일어였다. 당연히. 그리고 내 이름을 정확히 말 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길래 일요일 저녁에 독일인이 나에게 전화를 걸 일이 있을까. 어버버하게 독일어를 잘 못한다고 말하니, 수화기 넘어에서 타블렛이 있다고 했다. 타블렛? 무슨 타블렛? 나는 타블렛이 없는데? 타블렛 처럼 생긴 내 노트북은 분명 내 가방에 있는데…

그러다 순간 아차 싶었다. 이북 리더기가 든 파우치를 기차에다 놓고 내린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이북 리더기를 떠올리자 마자, 아, 또 내가 물건을 잘 안챙겼구나 했다. 그래도 누군가 주워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주었으니 아주 완전히 잃어 버린건 아니었다. 전화를 주신 분이 분실물을 오피스에 맡길 테니까 나중에 가지러 가라고 이야기 했다. 아 주운 사람은 분명 도이치반 직원이구나 생각했다. 전화를 걸어주고 오피스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니까. 감사하다고 하고 어디로 연락을 하면 되냐고 물어봤더니 본인도 모른단다. 순간 어? 잘 멀리가 안 돌아 갔다.  그리고는 전화 넘어에서 내가 어디있는지 물어봤다. 카셀 기차역이라 하니 아 아직 기차가 떠나지 않았단다! 카셀에서 좀 쉬어가는 기차였던 것이다. 열심히 달려서 기차에 간신히 탔다.

그리고 내가 앉았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라이프 지히에서 같이 이 기차를 탔던 조금 낯익은 사람들을 지나고, 한 3칸정도 지났을까, 어떤 칸에 들어갔더니 다른 그 칸 끝쪽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었다. 아 저긴가 보다. 재빠르게 감사하다고 하고 기차를 내렸어야 했지만 그냥 물건을 잡아채고 휙 가버리는건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감사하다는 몇마디를 하고 바로 돌아섰다. 그런데 물건을 찾아 주신분이 뭐라고 말을 더 하셨다. 내리는 문이 이미 닫혔으면 그냥 한 정거장 가면 된다고. 그냥 앉아 있으면 된다는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무시해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말을 서서 듣고 응답을 하고 출입문으로 가서 문을 열어 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결국 나는 25분 정도를 더 가서 다음 역(warburg)에서 내릴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최종적으로는 물건을 잃어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다음 warburg 에서 카셀로 가는 기차가 약 15분 내에 있었다. 카셀에서 마북으로 오는 기차도 warburg 에서 카셀로 가는 기차가 독착하는 그 시간에서  5-10분 내에 있었다. 조금 여정이 길어졌지만, 어차피 1시간 정도 역에서 기다려야 했던거 왔다갔다 약 1시간 30분정도 하고 다음 기차를 탈 수 있어서 30분 정도 마북에 도착이 늦어지는 정도로 일이 잘 끝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카셀가는 기차가 10여분 연착이 되었고 결론적으로 타려 했던 카셀-마북 기차를 탈 수 없었다. 하, 문제는 다음 기차가 약 1시간 기다려야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그것밖에 방법이 없는데.

그래도 그 이후에는 아무일 없이 잘 마북집에 도착했다. 물론 처음 예정한 시간보다 약 2시간 늦게 도착했지만. 그래도 모두 잘 끝났고 그렇게 엄청 긴 하루를 보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