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

학기의 3분의 1정도를 지나니까, 수업의 수준이라든지 숙제의 수준이 높아져 가면서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지치기 시작하면 나는 정신력이 버티지 못한다. 수업 시간에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냥 앉아 있을 뿐이다.

경제 수업시간에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수업을 들으려 해 보았다. 교수님의 질문에 답을 해 보려 했다. 그런데 “또” 질문을 잘 못 알아 들었다. safely investment. 안전한 투자라고 해석을 하고 답을 했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수님의 답면을 들으니, 안전에 관한 투자라고 해석을 했었어야 하는 구절이었다. 영어라서 그런걸까. 내가 띄엄띄엄 알아들었을 뿐인가.

수업시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틀릴 수 있다. 아무 문제 없다. 오히려 참여하려 한 그 자체가 공부, 교육에 좋은 거다. – 이성적인 생각으로는 다 안다.

그러나 내 상태가 좋지 않다. 이렇게나 “매번” 말을 잘 못 알아 들어서 어떡하나 싶다. 나는 분명히 대화능력에 문제가 있다. 주요한 것은 아닐 지라도 분명하게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자주 잘 못 알아 듣는다. 내 멋대로 해석한다. 글을 읽을 때에도 종종 쓰여진 문장과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한다. 나중에 깨달을 때에는 정말 어이가 없을 수준이다.

메일을 쓰고 보낼때 내 문장을 여러번 읽는 편이다.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또 고친다. 한 5개의 문장에서 의미가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없는지 계속 찾아 본다. 약간만 방심하면 바로 문제가 생긴다. 저번 학기 막판에 실험 조교한테 보내는 메일이 그랬고 졸업 논문 지도 교수님에 보내는 첫번째인가 두번째 메일이 그랬다.

언어(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무슨일을 하고 살든 중요한데, 이렇게나 문제가 있으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 자체가 사실 별의미 없다는 건 안다. 그런데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걸. 그냥 갑자기 이런 불안한 기분이 닥쳐오면 벗어날 수가 없다.

경제 수업 이후에 2개의 수업이 있었다.  첫번째 수업은 물리에 쓰는 엄청 기본적인 수학에 관한 수업. 수업을 듣지 않는다. 그 시간에 다른 수업 문제들을 봤다. 하나도 제대로 풀 수 없다. 두 시간 넘게 한 문제에 대해 생각 해 봐도 도저히 풀 수 없었다. 그 이후에 인터넷에서 문제와 연관된 기본 개념들을 확인 하고 아이디어를 얻어 풀려 해봤다. 한 한시간 그렇게 시도하고도 풀 수 없었다. 결국엔 문제와 가장 닮은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았다. 그렇게 겨우 답과 비슷한 풀이를 보고 나서야 글나마 머리가 돌아갔다.

이 정도는 물리학과를 졸업했으면 할 수 있는 수준이여야 할 텐데. 나는 정말 못 해먹겠다. 왜 못해먹겠는지 모르겠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렇게나 머리가 안돌아 간다.

물리를 그만하겠다고 수없이 생각했던거 같은데 왜 아직 나는 여기있나.

정말 다 그만 하고 싶은데 막상 그만둘 용기는 정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