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잘 가지고 다니던 노트북의 자판 키 몇개가 갑자기 인식이 안된다. 몇번 씩 꾹 누르고 있으면 그때서야 그 글자 한자가 화면에 보인다. 화학 강의 시간에 필기를 노트북으로 하려고 켰는데 자판이 안되니까 확 짜증이 났다. 하, 싼 노트북을 사는게 아니었나. 특별한 충격을 노트북에 준 기억이 없는데 왜 그럴까. 아이폰처럼 추워서 잘 안되는 것인가. 이것 생각 하다가 짜증이 났다. 당연히 되야 할 것이 안되면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동시에 몸도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생리떄문에 오는 통증이었다. 보통 3일차에는 안 아팠던거 같은데. 컴퓨터가 고장나고 몸도 고장나 버렸다. 앉아 있어보려 했지만 어짜피 수업도 안 들리고, 컴퓨터로 필기도 할 수 없어서 화장실로 갔다.

탐폰을 빼니 엄청난 양의 피가 나왔다. 3일차부터는 별로 안 나오는데. 피가 나오려고 아팠나 싶었다. 그거를 처리하고 있자니 왜 나는 매번 이런걸 처리하고 있어야 하나 싶었다. 도대체 여자는 왜 어디가 고장난 것처럼 진화 된 걸까. 왜 여자는 조절하지 못 하는 배출이 있는 걸까.

발은 왜 또 그렇게나 차가운지. 내 몸은 발까지 피를 잘 못보내는 것 같다. 두꺼우 신발, 두꺼운 양말 안에 또 양말. 이렇게 신고 돌아다녔는데 발가락이 너무 차다. 항상 너무 차다. 여자는 손발 차게 하면 안 된다고, 생리통에도 안 좋다고 하지만, 어떻게 여기서 더 따뜻하게 하나. 아무리 해도 찬데. 아무리 해도 아픈데. 발이 차가워서 그런지 배가 더 아픈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