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일기

일기 쓰지 진짜 힘드네. 며칠째 일기 써야지 일기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결국 연구실에서 딴 짓 용으로 일기를 쓰고 앉아 있다. 

월요일에 뭔가 일이 많았어서 그날 일을 남기고 싶었다. 

일요일 저녁, 내 컴퓨터에 용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세지가 떴다. 그래서 이것 저것 지웠는데, 캐쉬 파일이나 백업 파일등을 지웠었다. 다 지우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잤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잠깐 독일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켰는데, 뭔가 이상했다. Bios에서 메모리 테스트 같은 걸 하는 화면으로 넘어갔다. 다시 껏다 켰더니, gru에  리눅스 부팅 옵션이 사라졌다. 없다. 오직 window 부팅 옵션이랑 memory test 옵션만 있다. 순간 패닉. 이게 뭔가. 또 너무 함부로 아무거나 지웠던 거였다.. 구청에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당장 해결 할 수는 없었다. 스스로가 바보 같아서 폰도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폰도씨,, 역시나 열심히 해결법을 제시하려고 하였다. 그걸 바라고 전화를 건 것이 아니었는데, 그냥 스스로가 바보 같아서 전화를 건 거였는데. 친절한 폰도씨의 조언을 약간 귓등으로 흘려 듣고 구청으로 갔다. 

학생 비자로 프리랜서 비슷한 자격으로 일 할 수 있는지 문의하기 위해 immigration office/  Ausländerbehörde에 갔다. 일반적으로 학생 비자를 가지고 프리랜서로 일 하는 것은 금지된다. 그런데 폰도씨가 알아본 결과 프리랜서와 고용자 중간의 개념이 독일 노동법에는 있고, 그건 immgration office에 허가를 받으면 준프리랜서로 일 할 수 있다고 한다. 폰도씨가 나한테 돈 주면서 합법적으로 일 시키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고용주가 해야 될 것이 독일 법에는 너무 많아서, 고용 대신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묘책을 낸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폰도씨도 세금을 아낄 수 있고, 나도 내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어떤 고용주는 이 법을 악용한다고 한다. 실질적으로는 고용 관계지만 고용주가 세금이나 고용 보험비 따위를 덜 내기 위해 피 고용자를 준 프리랜서로 고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런 거짓말을 치지 않는 다는 것을 담당 공무원에게 ‘잘’ 말해야 했다. 

나는 굉장히 나약한 인간이라서 막상 속이려는 것이 아닌데도 이런 상황에서 긴장을 많이 한다. 그 날 면담을 했던 공무원이 젊은 여성 분 이었는데, 처음에 보자마자 차가운 인상이셔서 더 긴장했다.  공무원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이러 이러한 working permit를 받고 싶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엄청 퉁명스럽게 그런 허가가 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냐고, 누가 그런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냐고 물어봤다. 폰도씨가 조사 했던 거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해서 더듬더듬.. 아 이거 안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 분이 내 신분증을 가져가면서 내가 그 노동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잠깐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한 2분 앉아있었는데, 돌아와서 

‘너, 지금 불법으로 독일에 있는 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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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초 패닉. 그 다음엔 뭔가 기억났다. 비자를 받을 때, 행정 업무 해 주시는 분이 분명 2년 짜리 비자를 준다고 했는데, 내 비자 카드에는 1년만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게 뭐지? 하고 단 한번 의심을 가지고 싹 잊어버렸다. 아. 이렇게나 멍청할 수가. 비자 받을 때 2년으로 해준다고 했다고 주저리 주저리 했지만, 

‘그건 니가 챙겼어야지.’

백 번 맞는 말. 

무슨 형 선고를 기다리듯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지 못 한 채로 얼어 있었다. 그 차가운 인상의 공무원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몰랐다. 한국에 부모님 생각이 잠깐 났다. 돌아가야 하나. 이렇게 갑자기. 

‘우선, 임시 비자를 줄 테니까, 건강 보험 증명서랑 대학 재적 증명서 보내.’

안도했다. 독일에서 쫓겨나는 건 아니구나.  

그리고 종이를 한 장 내밀면서, 

‘준프리랜서로 일 할 수 있다는 것을 비자에 써야 하니까, 다음에 여기 적혀진 문구가 있는 계약서 가져와’

갑자기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문제가 많았지만 하나 하나 해결해 주었다. 

사실 요청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Block account 관련해서 immgration office에서 받아야 할 문서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을 요청하니까, 내 block account보고 획 던지듯이 돌려주고 타자를 타타타닥 치더니, 금세 원하는 문서를 만들어 주었다. 

얼굴엔 미소 하나 없고 행동 하나 하나 찬 바람이 쌩쌩 불었지만 모든 일을 정말 잘 처리해 주셨다. 구청을 나오는데 아주 발걸음이 가벼웠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무표정을 무서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괜스레 깨달았다. 그 분은 자신의 일을 할 뿐이지 나에 기분에 맞춰 줄 이유는 없었다. 

 

연구실일 끝나고 돌아와서 리눅스 부팅 시스템도 의외로 쉽게 고쳐졌다. 

 

그 월요일은 정말 문제가 많고, 다 큰 문제가 될 수 있던 것들이었지만 모두 완만하게 해결된 결국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