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폰도씨가 생일을 축하해 줬다. 치즈 퐁듀를 만들어 줬다. 사실 치즈 퐁듀 자체는 맛이 없었다. 와인하고 schnapps를 넣어버린 탓에 치즈 그 맛보다는, schnapps향이 강해졌었다. 이것 저것 불평을 하고 그 날은 그렇게 끝났다.

나는 생일을 잘 챙기지 않는다.

제대로 챙기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 누군가 축하해 주는 것도 부담스럽다. 어떻게 그 축하를 상대에게 되돌려 줘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나는 내 생일을 음력으로 세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내 출생일을 알고, 그 날을 그 해 년도에 맞게 찾아봐야 한다. 굉장히 수고가 드는 일이다. 가족 조차도 잘 하지 않으니 일년에서 내 생일은 그렇게 지나가게 된다.

나 스스로도 생일을 축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냥 먹고 자고 싸기만 하면 시간은 갈 뿐이고 시간이 간것을 왜 축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뭐가 특별한지도 잘 모르겠다. 중 고등학교 졸업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그냥 시간이 갔을 뿐인데 뭘 이렇게 축하해야 하나.

생일에 대해 무관심한지 20년도 훌쩍 넘어 25년이 되었다.

폰도씨는 항상 내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어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갑자기 언제가 생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무심하게 (이틀뒤)월요일이라고 그랬다. 그러더니 뭔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선물을 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날은 이미 나를 위한 아무 이유없는 선물을 주었던 날이다. 그걸로 퉁 치자고, 딱히 축하 안해도 된다고 했다. 나는 폰도씨 생일을 챙겨 준다는 것이 부담이 된다는 것과 아무 것도 아닌 날을 축하하고 싶지 않다는 점 때문에 내 생일을 챙겨준다고 유난 떠는 폰도씨가 귀찮기만 했다.

식당에 가서 밥이라도 먹으로 했지만 준비하고 나가기 귀찮았던 나는 1월 1일에 해 먹으려 했다가 실패한 치즈 퐁듀가 기억나서 그거 해 먹자고 했다. 장을 봐야 했지만 아무거나 입고 나가도 되니까. 장을 보러 가는 길에 또 툴툴댔다. 뭐 이런걸 하려 하냐고. 그냥 숨만 쉬면 돌아오는 날을 축하하냐고 폰도씨에게 툴툴댔다. 그리고 폰도씨가 말했다.

“너가 뭘 성취해서, 해내서 축하하는게 아니야. 생일은 너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축하할 일이 되는 거야.”

살짝 눈물이 차 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 너는 소중해, 너는 너 자체로 가치가 있어. 이런 말을 가끔 위로의 말로 듣긴하지만 너무 가끔이라서, 또 그 말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서 비관적으로 그 말을 받아들여 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기는 뭐가 되, 내일/이번주/올해 당장 공부/취업/이러저러한 것들을 해야 하는 거잖아? 이렇게.

생일날,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는 내가 아무렇게나 사는 나여도 괜찮다는 위로를 얻었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을 존재에 대한 축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는 너이기 때문에 축하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매년 우리는 서로에게 알려 주는 의식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26세로 넘어가는 생일에 나는 축하를 받았다. 선물을 받았다. 맛 없는 퐁듀를 해 먹었다. 그렇게 나는 생일을 보냈다. 그리고 삶에 대한 위로를 얻었다.